✏️ 2022년에는 한 해 동안 이직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는데, 기록을 좀 남겨두고 싶다.

스타트업에서 첫번째 회사


2021년 3월, 고객의 갑질에 팀이 터지게 되면서 더 이상 이 바닥에선 못해먹겠다 라는 생각에 퇴사를 질렀다.

일단 멘탈이 터져나가서 공부고 뭐고 놓아버리고 게임만 하면서 3달 정도 놀았다.

노동의 가치가 떨어진 시기였어서 3달 동안 퇴직금을 주식으로 바꿔놨더니, 일한 것 이상으로 벌었던게 웃겼다.

그러다 슬슬 일할 곳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취업 시장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별 고민 없이 여러 곳 면접 보고 겉보기에 멀쩡한 가장 돈이 많고 유명한 회사를 선택.

이 생각없는 선택으로인해 후에 상당한 고통을 겪게된다.

나름 특정 카테고리 AI 분야의 탑3로 꼽히는 회사인데,

실상은 제대로 된 서비스는 없이 정부 과제로 돈을 버는 회사였고, 직원을 부품 취급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사용하지도 않을 껍데기 같은 서비스를 말도 안되는 일정으로 계속 찍어내야했고,

동료들은 안보이는 곳에서 서로를 헐뜯고 다른 사람의 희생을 나몰라라 했다.

 

 

이직


심신이 지친 와중에 원티드를 통해 면접 제의가 왔고, 별 생각없이 면접을 보러 갔다.

동대문에 있는 패션 카테고리의 회사였는데, 당시 속해 있던 회사와 너무 상반된 느낌을 받았다.

밝은 분위기에 직원들은 웃고 있었고, 면접 시작할 때 대표님이 들어오셔서 회사 소개와 비전을 소개해 주셨던 것이 정말 좋았다.

면접 진행하면서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합격하고 나서는 아무 고민 없이 바로 이직을 결심했다.

어차피 그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가 끝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앱 출시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퇴사해버렸다.

 

 

두번째 회사


2022년 2월

새 회사에서의 삶.

일단 10-5의 주 30시간 근무로 삶의 질이 올라갔다.

동료들은 유쾌하고 좋은 사람들이었고, 이 회사에 있으면서 회사 욕을 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 없다.

처음에는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많은 회사들이 그러하듯 애자일이 이상하게 도입되어 있었고,

서비스는 너무 복잡하고, 내가 뭘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동료들은 팀으로서가 아닌, 각자 일을 하는 걸로 보였고 K-애자일로 인한 매 스프린트 크런치모드를 경험하면서 당장이라도 번아웃이 올 것같은 상태였다.

2022년 상반기에는 코드숨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발하던 시기였는데, 디스코드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하고, 직접 참여는 많이 못했던 시기지만 어깨 넘어 배우면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 인사이트들을 동료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에 들어서 일단 회사에서 북클럽을 시작했다.

첫 책으로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를 함께 읽었는데, 신입 때 책 사놓고 조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더 유익하고 재밌었고,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아침마다 짧게 팀원들과 클린코드 스터디를 진행했고, 끝까지 다 공부하고 나선 함께 읽기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새로운 CTO 열우님이 오게 되었는데, 함께 굉장한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된다.

나는 몰랐는데 이 때는 이미 회사가 어려워진 시기였고, 이를 타개해나갈 방법을 찾던 시기였다.

이런 저런 시도들 끝에 마지막 시도를 하게 되는데,

이 시기에 Hay님이 우리 팀에 합류해서 FE 4명이 되었고,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원팀으로 일했던 경험


열우님이 오시면서 기존의 OKR, 스크럼 같은건 다 없애버리고, 개발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우리에겐 목표, 일정, 데일리 스크럼만 남겨놨을 뿐.

내가 개발자로 일하면서 처음으로 엄청난 자유도가 주어졌는데, 이게 정말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함께자라기의 내용 중에 작업 그룹과 팀을 구분하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팀으로 일을 했다.

대략 WBS를 잡고

기술 선정은 각자 MVP를 만들어 의논하면서 함께 정했다.

린트 룰을 정했고, 이를 문서로 남겼다.

기존에 함께 읽기로 얻었던 액션 아이템들중 일부를 도입했던것도 정말 좋았다.

시도하려했던 아이템들은 BFF, 소나큐브, JSDOC, E2E 테스트 등등

Mason님은 스벨트킷을 공부해서 프로젝트 세팅을 하고, 기술적인 지원을 하며 베스트 프렉티스를 잡아 나갔다.

DJ님은 인프라와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 해주시고, BFF를 구축해서 백엔드 일정을 고려안하고 프론트엔드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나는 프로젝트 구조를 유지보수하기 쉽게 설계하고, 관심사를 분리하고 공통 컴포넌트로 분리하면서 협업을 도왔다.

Hay님은 디자인 시스템, 스켈레톤 같은 것들을 적용해주시고, 스타일을 빠른 시간에 정리하고 뷰의 퀄리티를 꼼꼼하고도 빠르게 잡아주었다.

말그대로 현재 자신이 잘 못하는 걸 극복하면서 일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자신이 잘하는 일과 해보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서로를 보완하고 목표와 팀에 공헌을 했다.

아침마다 모여서 짧게 일정과 진척도를 체크하고 오늘 하루 할 일과 문제점을 공유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뭘 도와주면 될지, 상의를 하고 일을 진행했다.

처음에 전체 일정을 들었을 때는 크런치모드를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죽어라 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효율적으로 일하다니깐 결국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 이상의 것을 찾아서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팀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현재의 부족함을 드러내는게 흠이 되지 않는 분위기.

자신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없이 서로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서 피드백을 얻고 같이 성장하며,

개성이 강하고 각자의 장점이 뚜렷해서 서로 보완하며 의지가 되는 관계.

지금 생각해도 좋은 팀이었다.

 

 

정리 해고와 다시 이직


팀으로서의 완성도와 별개로 회사의 사정은 더 안좋아졌고, 모두 헤어지게 되었다.

실업 급여를 신청하고 또 3달을 쉬었다.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왔다. 메슥거림과 어지럼증이 한달 내내 지속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잘 안됐다.

CTO였던 열우님 소개로 FE팀 전체가 같은 회사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면접 때 좋은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결국 기회는 무산 되고,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고 아쉽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상당했는데, 곧 이전과는 달리 분위기가 썩 좋진 않다는걸 깨달았다.

스타트업의 겨울이라고 하는데, 체감이 확 되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시기였다.

이젠 6년차에 접어들면서 회사가 나에게 요구하는게 이전보다 크다는걸 알게 되었다.

이 시기동안 스스로 얻은 피드백을 정리해보면

  1. FE 개발자로서 스킬이 많이 부족하다.
  2. 내가 그동안 사용했던 기술을 설명할 수 없었다.
  3. 시니어로 가기 위해선 뒤로 미뤄왔던 인프라나 기본기에 대한 공부도 더이상 무시할 순 없다.
  4. 내가 지나온 길을 증명할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러다가 지금의 회사 텀블벅에서 제의가 와서 면접을 보고 입사하게 되었다.

1차 기술 면접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알고 있는 지식들을 물어보고 내가 답하는 시간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면접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조금 갸웃 했다.

그러다가 Lucas가 마지막 질문으로 지금 개발하면서 이런 고민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하고 같이 이야기 나눴던게 정말 좋았다.

이사람들하고 다시 좋은 팀을 만들어가면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2차 컬처핏 면접도 꽤 길었지만 크게 어렵진 않았고 재밌었다.

입사 후에도 느꼈는데 CTO인 Rock의 가치관이 내가 가진 가치관이랑 맞아떨어지는게 많아서 신기했다.

 

 

새회사


그렇게 11월 14일 지금의 회사인 텀블벅에 입사를 하게되었다.

정말 좋은 미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사람들도 좋은 사람들 뿐이고.

실제로 만나본 동료들은 생각보다 훨씬 능력있고 좋은 사람들이었고, 이사람들과 팀으로서의 시너지를 뽑아내보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 안있어 동료들이 갑자기 퇴사를 하면서 내 계획은 다 망가졌다.

눈앞의 일을 해결해야하고, 장기 계획은 무의미해졌다.

 

또다시 이런 일을 겪고 싶진 않다.

개발자들의 이직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나가기 아쉬운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개발 문화를 만들어서 좋은 동료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적응하는데 있어선 개인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속을 다 꺼내보일 수 있는 동료들과 있다가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 적응하기 쉽지가 않았다.

아무도 압박을 안하는데 스스로 가면증후군에 시달렸다.

매일 TIL을 작성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좀 흐지부지되었다.

급하게 퇴근할게 아니라 반드시 적고 나와야겠다.

 

 

개발자로서의 한 해


올 하반기는 코드숨 스터디와 계속 함께 했던 것이 좋았다.

진행했던 책은

  •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 코딩 인터뷰 완전 분석
  • 쏙쏙 들어오는 함수형 코딩
  • 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코드숨에서 얻은 것이 정말 많아서,

윤석님이나 다른 분들이 무언가 진행하면 참여해서 작은 도움이나마 되고 싶어 다 참여했다.

참여했던 워크샵은

  • 형탁님의 표현적 글쓰기
  • 병호님의 기년회

개발자,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모임에도 처음으로 참여를 해보았는데 좋았다.

참여했던 모임은

  • [2022년 12월 모임] 애자일 개발이 처음인 내가 출근했더니 스크럼 마스터가 된 건에 관하여

코드숨 주말 공부방에도 나갔었는데, 이젠 집 근처의 스터디 카페를 끊어서 공부하고 있다.

 

 

2023년 목표와 선언


  • 일하면서 성장하기
    • 업무일지를 TIL로 매일 작성, 주간 월간 단위로 회고하기
    • 업무 중에 새롭게 얻은 지식이나 액션 아이템을 정리해서 팀에 공유하기
    • 정량화 데이터 성과로 만들기
  • 좋은 책 꾸준히 읽고 내 삶과 회사, 업무에 적용하기
  •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하기
  • 기본기 공부하고 기록하기
    • CS
    • 인프라
  • 운동 꾸준히 하기

바뀐 환경의 경험

이직하면서 얻은 점

23년 목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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